해마다 겨울이면 추울수록 신나는 곳이 있다. 얼음 위에서 낚시를 하고 썰매를 지친다. 주위는 눈 덮인 설악 준령으로 둘러싸여 북풍한설을 더욱 세차게 불어 내린다. '이한 치한'-얼음벌판은 산굽이를 돌아 끝도 없이 펼쳐진다.혹자들은 뉴질랜드나 호주에 여름이 왔다고 그곳으로 '피한 여행'을 떠난다. 설봉 한라산이 있지만 남풍의 기운이 따스한 제주도도 추
눈, 눈, 눈, 새하얀 꿈의 세상. 강원도 평창 오대산 일대는 집도 하얗고 길도 하얗고 들과 산도 온통 두터운 눈이불에 덮여있다. 이 눈사막 속에서 사람과 들짐승들은 하얀 적막을 어떻게 지새고 있을까.... 흰 도화지 위에 봄을 그리는 겨울잠 꿈을 꾸고 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도회지에서 눈을 잃어버렸다. 눈을 밟으며, 눈에 빠지며 거닐던 덕수궁 돌담길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한겨울에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이곳은 한국(이남) '황태의 고장'으로서 겨울에 산골 공터마다 빽빽히 들어찬 황태덕장 자체가 하나의 신나는 볼 거리이다. 요즘엔 황태음식이 전국에 체인으로 퍼져 있고 황태를 이용한 가공식품까지 개발되어서 겨울이면 황태가 국민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용대리는 가는 길목엔 소양호 빙어낚시터도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 가면 늘 살 맛이 난다. 특히 겨울에 그렇다. 강구항의 일출은 유난히 붉고 활기차다. 수평선 위로 해가 고요하게 솟는 다른 곳 일출에 비해 강구항 해는 이른새벽부터 이어지는 갈매기와 어선들의 바쁜 아우성 속에 상기된 얼굴을 내민다. 특히 찬 바람이 이는 11월 중순 이후 이듬해 봄 5월까지, 세상이 움츠러들어 있을 때가 강구항 사람들은
구룡포는 '갈매기의 바다'다. 구룡포 갈매기 수는 고깃배가 닿는 여느 포구에나 떼지어 다니는 수백~수천 마리 정도의 무리가 아니다. 해수욕장 백사장이나 갯바위에 앉았다 한꺼번에 날아 오르면 먹구름처럼 바다를 덮을 정도이니 그 수를 세기가 어렵다. 갈매기 소리는 또 오죽 앙칼지던가. 거센 겨울바람에 밀려와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갈매기들이 끼욱대는 소리
가을은 음양오행상 수렴하는 계절이어서 활발한 대외적 관계를 이제는 거두어 들이는 것인 만큼 자칫 쓸쓸해지기 쉽다. 더구나 낙엽 위에 흰 눈발까지 날리는 늦가을 초겨울 무렵은 거두어서 안에 저장하는 때여서 별로 거두어들일 것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한다.자칫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마음을 다독거리기란 사람 만나는 것과 여행만한 것이 없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대에는 봄이 되면 노랑 물감으로 발라진다. 산수유꽃 때문이다. 산수유꽃은 산동면 뿐만 아니라 지리산 한쪽 품안에 안긴 구례군 전체를 노랑 물감으로 범벅을 해 놓는다. 지리산 자락의 그 노랑 물감은 요즘 아주 빨간 색으로 변해 있다. 단풍이 들어서가 아니다. 봄에 피었던 산수유꽃이 열매를 맺고 한여름 뙤약볕 세례속에서 살찌우고 가을 땡볕
우리 주변엔 ‘바람’이 자주 분다. 그 ‘바람’은 폭풍우로 몰아친다. 모든 걸 쓸고 덮으면서 알갱이를 발라간다. 대통령 선거도 바람, 영화 보기도 바람, 소설 책 인기도 바람, 패션도 바람, 관광도 바람이다. 이 바람이라는 게 몰려가기이다. 사람들은 선동하는 자를 따라 한쪽으로 몰려간다. 주체적이거나 창의적인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남 따라 가는 게 편해서
가을엔 오곡백과가 익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가운데는 우리의 식량이 될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 몸을 보살펴주고 생명을 지켜준 온갖 약초도 들어 있다. 그래서 찬 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보약 먹는 일을 생각한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잘 추슬러서 엄동설한을 잘 견뎌내기 위함이자, 약성 푸짐한 햇 약재들을 쉬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중국 등
여름이 해거름에 접어드는 무렵이면 옥수수는 늘 우리에게 군것질 거리이자 장난감으로 다가오곤 했다. 평상 옆에 모깃불이 피어오를 즈음, 마당 한귀퉁이 가마솥에서 넉넉한 김과 함께 풍겨오르던 그 구수한 옥수수 냄새, 쫀득 쫄깃 씹히던 맛, 그리고 말려 놓았다가 등긁개로 쓰던 옥수수 속대는 이 무렵 농촌의 정감을 대변하던 얼개들이었다. 특히 옥수수는 시골 아이들